1990년대 초중반 한국의 IT산업 개발 초기, 삼성전자에겐 악몽 사건, 그냥 지나가던 중소기업에겐 횡재수가 터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IT산업 핵심기술을 도입하려고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동분서주할 때이다. 어느 중요 업체와 교섭에 진전이 있어 다가오는 일요일 오후 그쪽 사장님의 교외 별장에서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하기로 합의되었다.
약속한 시간에 삼성전자 3-4분이 별장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른 뒤 거실에 들어섰다.
미국 사장님 부부는 깜짝 놀랐다.
1. 1 대 1 단독 요담을 예상했었는데 떼거리(?)로 들이닥친 것이다.
2. 손님 모두 다 삼성그룹 직원들 트레이드마크 식으로 완전 군장 아니 완전 정장 차림이었다. 왜? 미국 사장님 부부는 일요일 오후 교외 별장에서의 약속이니 아주 경쾌한 캐주얼 차림을 기대하고 있었고 본인들도 훌렁한 최대간편 반바지와 티셔츠 바람이었던 것이다.
더욱 당황스러운 대목은 거실에 손님용 소파가 단 하나만 존재하고 있었던 것……
따라서 할머니 사장님 사모님은 부엌 옆 식당으로 달려가 식탁의자들을 하나하나 낑낑대며 옮겨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의자들이 모두 다 거실로 옮겨져 각자 자리를 하고 메인 상담에 들어가려 는 찰라 할머니 사장님 사모님이 할아버지 사장님을 눈짓으로 불러 부엌에서 몇 마디 논의를 하는 눈치더니 미국 IT 벤처기업 사장님이 굳은 표정의 얼굴을 하고 거실로 다시 나왔다.
“미안합니다만 상담을 진행할 수 없겠습니다. 그냥 돌아가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말씀을”
“우리 회사 기술은 아주 귀하디 귀한 기술입니다. 따라서 신사적인 조직문화를 보유한 신흥국 기업에 이전하려는게 우리 회사의 기본방침입니다. 그런데 당신네들은 겉은 신사처럼 완전 정장으로 하고 왔는데 내용물은 전혀 비신사적이군요. 조금 전 집사람이 낑낑대며 의자들을 옮길 때 당신네들 중 어느 누구도 거든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제 그만 내 집에서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 주 실리콘밸리를 서성이던 어느 겸손한 중소기업가가 우연히 이 할아버지 사장님의 눈에 들어와 ‘그냥 주다시피 하는’ 조건으로 핵심기술 도입 로또 행운을 안게 되었다.
이상 실화를 와인대사 안경환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