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재미다! 무언가 신명 나야 와인자리 답다!
일본 오사카에서 보내온 필자의 와인 동지 아우님(한국 와인계의 산 증인 내지 어머니라 할 수 있는)의 얘기를 들어보자.
“한편 제가 한때는 프랑스의 와인메이커들과 식전주 아뻬리띠프부터 식중주 각종 와인을 거쳐 식후 소화제용 디제스띠프까지 다양한 주류를 마시며 4시간 이상에 걸친 신나는 만찬을 와인을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며 즐기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솔직히 와인이야기라면 몇 시간을 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와인을 즐기는 방법론에 대해 한 대목 더 들어보기로 하자.
“오라버니의 중요시하시는 그 아이컨택… 호호… 정말 기본이지요. 생각납니다. 프랑스인들과 식사하면 상대방의 시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에도 상대를 쳐다보는 부릅뜬(?) 그들의 눈길… 진짜… 뭐랄까… 마주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뭔가 나와의 묘한 소리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는 듯한 그들의 눈길은 참 진지함을 주지요.”
시간 가는줄 모르도록 와인자리를 즐기려면 몇 가지 놀이족보 즉, 게임룰이 필요하다. 20여년 와인강의 노하우를 총정리한 이른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일차 최우선 적용된다.
1. 사람을 두번 보기
술 마실 때 자리를 같이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건배하는 정통 주도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풍조이다. 다음 번 술자리에서 유심히 비교 관찰해보자. 제사지내듯 잔만 보며 머리숙인 상태에서 건배하는 것과 잔은 충돌사고 방지 차원에서 대충 밑눈으로 어슴프레 체크하며 눈 마주치는 즉, 아이컨택하는 상태에서 잔을 부딛치는 것과 어느 방법이 술자리를 신명나게 하고 출세경영에 도움될 것인지. 상대방이 2명 이상일 땐 전체 합동건배 후 각자 후속 개별건배용 잔 부딪치기를 이 같은 요령으로 반복해나간다. 4명이 한자리에 있다면 1인당 전체건배 1회 개별건배 3회 총 4회 아이컨택 첨부하여 건배동작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약간 느끼하겠지만 횟수가 더해질수록 상호 교감이 더욱 활발해지고 어색하거나 말거나 환한 미소 또한 자연스럽게 뒤따라간다. 이 모습이 일제 강점과 미 군정으로 왜곡되기 전 우리의 원래 동방예의지국 주도 모습일테이고 프랑스 스타일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면 건배의식 후 각자 자기 잔을 마실 때는 어떻게 하나. 다시금 잔으로 눈길을 바꾸지 말고 상대방과 아까 아이컨택된 상태를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마셔가면 되는데 2명 이상일 때에는 눈길을 천천히 미소와 더불어 차례대로 나누어주며 마셔가면 된다.
축구스타 배선생 말씀이 "아이컨택 하시오!"
Lady & wine 와인 마시는 동작 때도 “우리 서로 눈 맞추며 마셔요.”
패션쇼 ‘누군가가 당신을 항상 바라보고 있다’
당신도 같이 ‘미소 보태어’ 눈길을 마주쳐라.
이것이 와인의 고역이지만 진짜 재미이다.
2. 와인을 둘로 보기
무엇이든 생소한 것은 하나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아무리 멋진 데이트 상대방이라도 한 사람만 놓고는 찜하긴 어려운게 아닌가. 방법은 두 사람 후보를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비교해보면 된다. 즉 상대적인 평가방법이 와인 친구하는데 제일 도움되는데 여유만 있다면 두 가지 종류의 와인을 사서 동시에 비교해가면서 마셔보면 몸이 먼저 무슨 맛인지 스스로 평을 해가며 즐기게 된다. 와인은 머리의 지식으로 마시는게 아니고 몸의 오감 더하기 육감 분위기 센스로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와인이 한 종류 밖에 없다해도 낙심할 필요가 없다. 잔을 둘로 해서 마시면 비슷한 효과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와인은 소주 맥주 위스키와 달리 원래 복잡다기한 성분이고 이를 받아드리는 인체의 코와 특히 혀 역시 단순균질한 감각기관이 아니므로 잔의 모양 즉 향기의 수용능력구조와 혀의 맛세포를 적셔주는 유체역학적 패턴 차이에 의해 천차만별한 시음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식당에 다행이 와인잔이 준비된다면 먼저 와인잔 그리고 맥주잔 다시 와인잔으로 돌아가며 마셔보라. 맛이 휘익휘익 달라지거나 뭔가 갑자기 빠지거나 보태지거나 하는 희한한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와인잔이 없다해도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 맥주잔과 소주잔 내지 백세주잔을 달라고 해서 같은 요령으로 즐겨나가면 된다. 와인이 가진 풍요한 메시지는 당신이 하기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지 식당환경이 당신의 재미를 제약할 수는 없지 않은가.
3. 와인자리 다시 돌아보기
조선 선조 시대에 이율곡 선생이 상소문을 올렸다. 관청에서 점심시간이 3시간이 넘어 행정처리는 물론 민원해결이 진짜 날저문다는 지적이었다. 이유인즉 재정부족 물자부족등으로 같은 상을 여러 계층 관리들이 밥과국과수저만 바꾸며 진짜 공유 상내림하며 식사를 하고 있는데 워낙 다층 신분사회구조이므로 일계층당 15분 초스피드 식사를 하더라도 전체공정이 심한 경우 4시간까지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대가족제도 즉, 다계층의 일반서민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때문에 밥빨리먹기위해 식불언 즉 밥먹을땐 담화하지말고 조용해라 또는 남성권위 어쩌구로까지 오도 정착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나름대로 복지사회 아닌가. 인생을 즐기고 재미있게 신명나게 놀려면 와인은 괜히 심각한 얼굴빛 지어내며 으음 까베르네 소비뇽 어쩌구 하는 중고등학교 화학실험실이나 호텔식음료직원 취업시험장 또는 와인지식 자랑하기 위한 와인시음행사 일변도로 나가면 곤란하다. 와인은 어디까지나 인생의 종속물이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진짜 주인이라는 것이 흐려져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잔이 엎어지더라도 아이고 이 비싼 잔이 하는게 아니고 많이 놀라셨죠 어디 혹시 다치신덴 없나요가 먼저 입에서 자동 튀어나오도록 마음의 무게를 바꾸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인 각성과 방향전환이 와인자리가 진정 사회적인 모임이어야 할 것을 밝히 보여준다.
이것이 충족되면 무엇이든 핑계를 대어 상대방들을 축하해주고 싶은 의욕이 절로 일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축하 세레모니를 보다 더 이쁘고 더 아름답고 더 의미있게 준비하게 될 것이고 다양한 축하방법 기법 그리고 소도구들을 자연스레 고안해내고 즐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하는 사람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와 재미있게 놀려는 사람 즉 호모 루덴스 Homo ludens 사이의 균형이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행사로 표현되는 것이 진정한 현대 한국인들의 와인자리일 것이다.
상대성원리 복습하기: 아인슈타인 캡
야외에서 갑자기 닥치는 황사섞인 모랫바람과 산성비로부터 자신과 아이들의 머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구급우산 구급모자가 있다. 독일의 유명한 물리학자 이름을 따서 일명 아인슈타인캡이라고 하는데 물체가 있으면 주변의 중력장이 움푹 휘어진다는 그가 발견한 일반상대성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이론은 어렵지만 응용은 아주 간단하다. 손수건 사각귀퉁이 끝부분를 하나씩 매듭지어 네군데 다 만들어지면 머리에 푸욱 쓰고 완성이다. 와인의 상대성원리를 잊지 마세여.
아인슈인캡 첫동작은 간단한 매듭 잡기부터
네 귀퉁이 모두 매듭지면 머리 들어갈 공간 잡아주고
가볍게 착용하세요
아인슈타인 캡 ….
꼭 기억주세요, 와인의 상대성원리!
이상 와인대사 안경환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