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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진단과 클리닉 강의

박제가의 북학의 중국어 공용화론은 조선 망국 막기 위한 응급처방... 북학의 완역한 안대회 교수

 

 

 

 

'우리나라는 중국과 접경하고 있고 글자의 소리가 대략 같다. 그러므로 온 나라 사람이 본래 사용하는 말을 버린다고 해도 안 될 이치가 없다.'

'영어 공용화론'이 등장하기 200여년 전에 이미 '중국어 공용화론'이 나왔다. 1782년 무렵 완성된 박제가(朴齊家·1750~1805)의 '북학의(北學議)'에서다. 너무 충격적인 주장이어서였는지 1955년 북한에서 번역할 때 이 부분을 통째로 뺄 정도였다. 최근 '북학의'를 완역한 안대회(52)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박제가의 주장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만큼 선진 문물을 빨리 배워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다른 나라의 기술 수준은 나날이 높아지는데 어느 세월에 그걸 번역해서 익히겠느냐는 거죠. 고문 '독해'에 머물지 말고 백화문(구어체로 된 중국 현대 문장) '회화'를 통해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자는 겁니다."

지금까지 여러 종의 '북학의' 번역본이 나왔으나, 안 교수가 이번에 낸 '완역 정본 북학의'(돌베개)는 내·외편과 정조 임금에게 올린 '진상본'을 모두 번역하고 20종의 이본(異本)을 모두 교감한 뒤 원고지 1000매가 넘는 주석을 새로 달았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첫 완역본'이다.

―국사 교과서에서는 '북학의'를 '청나라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주장한 상공업 중심 실학사상의 대표적 저서' 정도로만 설명했다.

"요즘 출판사에서 제목을 달았다면 '조선 이대로 가면 100년 안에 망한다'로 했을 것이다. 수차례 중국에 다녀오고 조선통신사의 전언을 들은 박제가는 '조선이 지금 이 정도로 열악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일종의 충격 요법을 썼다."

―중국의 선진 문물만 배우자고 한 게 아닌가?

"우리가 멸시하던 일본도 기술 수준은 훨씬 앞설 뿐 아니라 멀리 서양에는 더 무서운 기술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북학의'는 건축에 벽돌을 사용하고 교통에 수레를 도입하는 등의 구체적인 기술 혁신을 주장한 뒤, 중국 아닌 다른 나라와의 통상까지도 적극적으로 설파한다. 안 교수는 "박제가가 경고했던 '조선의 몰락'이 19세기에 닥쳤고, 그가 추구했던 '경제개발'은 20세기에 뒤늦게나마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학의'의 주장은 오늘날 모두 달성된 건가?

"아니다. 박제가의 큰 목표는 '조선을 문명사회로 만드는 것'이었고, 경제 발전을 넘어 국민이 문화와 예술을 제대로 향유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꽃에서 자란 벌레는 날개와 더듬이조차도 향기가 난다'는 것이다."

가장 급진적인 실학자가 내놓은 개혁의 마지막 단계는 '문화력 향상'이었다.

 

 

 

 

 

 

 

박제가의 북학의 중국어 공용화론은 조선 망국 막기 위한 응급처방... 북학의 완역한 안대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