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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일보, 외교관 서희 스토리 오버 내용

뉴스 속의 한국사

말 한마디로 80만 대군 물리친 '외교관 서희'

입력 : 2014.11.24 05:56 | 수정 : 2014.11.24 09:15

 

 

 

요나라가 군대 내세워 고려 위협하자 고려 조정에선 해결책 찾고자 했죠
서희, 침략 목적 짐작하고 적진 찾아가 대화로 소손녕 설득해 물러나게 했어요
여진족 몰아내고 '강동 6주'까지 얻었죠

얼마 전 중국 베이징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어요. 이 자리에서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지요. 외교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다른 나라와 정치·경제·문화적 관계를 맺는 일이라면, 외교전(戰)은 국제사회의 의견을 자기네한테 유리하도록 이끄는 일을 전쟁에 비유하는 말이에요. 그만큼 외교가 국가 이익과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지요. 우리 역사 속에도 뛰어난 외교를 펼쳐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거나 국가에 큰 이익을 준 인물들이 있어요. 그중 가장 대표적 인물이 고려 성종 때의 '서희'라는 사람이지요.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을 만나러 고려시대로 가 볼까요?

◇80만 대군으로 고려 침략한 요나라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하였을 때, 중국은 당나라가 멸망하여 분열과 혼란을 거듭한 시기였어요. 중국 북방에는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가 세력을 떨치며 중국을 정복할 꿈에 부풀어 있었지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수선한 중국을 송나라가 통일하였습니다. 고려는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족과는 친하게 지낼 수 없다며 요나라를 멀리하고, 송나라와 사신을 왕래하며 외교 관계를 맺었어요. 그러자 요나라는 고려에 송나라와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였지요. 자기들이 송나라와 싸울 때 뒤에서 고려의 공격을 받는다면 양쪽과 힘들게 전쟁을 벌여야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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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라는 송나라를 공격하기 전에 고려를 먼저 복종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소손녕과 80만 대군을 고려로 보냈지요. 소손녕은 압록강을 건너 봉산군에 진을 치고, 고려 조정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서를 보냈습니다. '고려의 왕과 신하가 우리 앞에 와서 항복하지 않으면, 80만 대군으로 고려를 쓸어버릴 것이다.' 고려 조정은 서둘러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어요. 결국 서경(西京), 지금의 평양 이북 땅을 요나라에 내주어 군대를 돌려보내려 했지요. 그때 서희가 그 결정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지금 거란 군사의 세력이 강성함을 보고 갑자기 서경 이북 땅을 떼어 주는 것은 좋은 계책이 아닙니다. 지금 땅을 내준다면 역사에 두고두고 수치가 될 것입니다."

서희는 만약 요나라가 고려 영토를 차지할 욕심을 품었다면, 거세게 공격해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소손녕은 80만 대군을 거느리고도 국경에 머무르며 큰소리만 칠 뿐이었지요. 그러니 요나라에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라고 짐작한 것이에요. 서희는 요나라가 고려를 침략한 목적은 영토를 빼앗는 게 아니라, 고려와 외교 관계를 맺어 송나라를 견제하는 데 있다고 예상하였지요.

◇나라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 외교 담판

서희 생각대로 소손녕은 고려에 협상을 제의하였어요. 성종은 군신 회의를 열어 적진에 들어갈 협상 대표자를 찾았으나,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았지요. 이때 서희가 다시 나서서 홀로 적진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서희가 요나라 진영에 도착하자, 소손녕은 중국의 강대국으로 떠오른 요나라에 예의를 갖추라며 다음과 같이 요구하였어요.

"나는 큰 나라의 귀한 신분이다. 마땅히 뜰에서 절하라."

그러자 서희는 이렇게 대답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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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서 절하는 것은 신하가 임금에게만 하는 것이오. 나는 대등하게 협상하러 온 것이외다."

적진에 홀로 왔지만 당당함과 품위를 잃지 않은 서희의 태도에 소손녕은 기세가 한풀 꺾였어요. 그 뒤 서희는 소손녕과 마주 앉아 외교 담판을 벌입니다.

소손녕: 고려는 신라 땅에서 일어난 나라인데, 우리 거란족이 차지한 옛 고구려 땅을 침범하고 있소.

서희: 고려는 고구려의 옛 터전을 이어받아 나라 이름도 '고려'로 짓고, 평양을 제2 도읍지로 삼았소. 따지고 보면 지금 요나라의 도읍지도 고구려 영토에 있으니, 고려 땅이 아닌가.

소손녕: 고려는 요나라와 국경을 접했으면서도 바다 건너 송나라와 국교를 맺고 있소.

서희: 고려가 요나라와 국교를 맺지 못한 것은 압록강 유역의 여진족이 가로막았기 때문이오. 만일 우리 고려가 여진족을 내쫓고, 옛 땅을 되찾으면 요나라와 교류할 것이오.


◇여진족 몰아내고 강동 6주 얻은 서희

서희의 말에 소손녕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 내용을 전해 들은 요나라 왕도 서희의 주장을 인정하여 군대를 철수시켰으며, 고려가 요나라와 외교 관계를 맺는 데 방해가 되는 여진족을 공격하는 데 동의하였지요. 그 후 서희는 직접 군사를 이끌고 가 압록강 유역의 여진족을 몰아내고 강동 6주에 성을 쌓아 고려 영토로 삼았습니다.

서희는 상대방 생각과 형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조리 있는 말솜씨와 당당한 자세로 외교 담판을 벌인 뛰어난 외교관이었어요. 또한 싸우지 않고 군사를 돌려보내고 영토까지 넓혀, 나라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든 위대한 영웅이었지요. 외교부에서는 2009년 우리 역사에서 외교적으로 큰 공을 세운 인물을 선정하여 그 업적을 기리는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 사업을 벌였는데, 첫째로 꼽힌 인물이 바로 서희였답니다. 고려의 서희가 얼마나 뛰어난 외교관이었는지 알겠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선정된 사람에는 서희 말고도 조선시대 문신 이예·이중하 등이 있어요. 이들은 조선의 외교에서 어떠한 업적을 세웠는지 자세히 알아보세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
감수=박은경 교수(인하대 사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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