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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진단과 클리닉 강의

한국의 대 중소기업, 글로벌 챔피언 성장하려면 디자인•스타일링•브랜딩 키워야... 중소기업은 정신의 세계화가 필요, 대기업의존말고 해외공급늘려야. 히든 챔피언 저자 헤르만 지몬 교수

 

한국기업, 글로벌 챔피언으로 성장하려면 디자인·스타일링·브랜딩 키워야

세계적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 교수 단독 인터뷰

기사입력 2013.05.26 17:29:56 | 최종수정 2013.05.27 00:28:37

 

 

 

 

세계적 경영학자이자 베스트셀러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의 저자

                                                             독일의 헤르만 지몬 박사(66).

 

 

지몬 박사는 "삼성 같은 한국 기업의 창의성은 놀랍다"면서도 "한국 기업들이 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디자인ㆍ스타일링ㆍ브랜딩 세 가지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한국의 기술이 뛰어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독일의 히든챔피언처럼 수출을 더 많이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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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몬 박사는 IBK기업은행ㆍ한국중소기업학회ㆍ중기중앙회ㆍ매일경제신문 공동주최로 지난 2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38회 희망 중소기업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한 후 매일경제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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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벤처기업 육성 등 창조경제 열풍에 휩싸여 있다. 한국 기업의 `창조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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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장관 등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났는데, 한국 기업들이 매우 혁신적ㆍ창의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하나 예를 들면, 삼성이 3년 전 갓 노벨상을 받은 `꿈의 물질` 그래핀에 대해 408개의 특허출원을 한 것을 보고 놀랐다. 실제 적용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삼성이 이미 그만큼 앞서가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창의적인 면모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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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보강해야 할 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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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과제가 있다. 디자인, 스타일링, 브랜딩이다. 세계시장을 보라. 길에서 그냥 BMW차를 보면 누가 봐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이것은 BMW만의 개성과 고유 스타일이 있어서다. 삼성전자, 현대차는 세계 100대 톱 브랜드이고 LG는 이제 막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세계 상위 100대 브랜드를 보면 거의 미국 브랜드로 가득하다. 삼성,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한국 기업들이 더 도약하려면 이런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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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기업가정신을 높이려고 노력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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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쯤 미국 MIT 한 교수가 기업가정신을 조사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50년간 MIT 졸업생 11만명 중 26000명이 창업했다. 4분의 1이 창업한 것인데, 그들 중에는 독일인도 있고 한국인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 학생의 창업회사 수가 미국 학생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인종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속한 사회가 어떠한가가 중요하다. 그들이 독일이나 한국에 있었다면 창업하지 않았을 수 있다. 기업가정신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인데, 창업을 하면 크게 보상받을 수 있는 토양(문화)을 만들어야 한다. 창업 실패에 대한 시각만 봐도 다르다. 미국에서는 `배운 경험`으로 여기지만, 한국에서는 `실패자`란 낙인이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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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중소기업들은 외부와의 공동연구에서 뛰어나다. 한국 정부와 중소기업들이 본받아야 할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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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도 기업과 기업 간 공동연구는 그리 활발하지 않다. 정보 유출 등 여러 염려 때문이다. 다만 독일 기업들이 기술개발 과정에서 크게 도움을 받는 곳이 있다. 프라운호퍼, 막스플랑크 등 4곳의 공공연구기관이다. 프라운호퍼의 경우 응용연구가 강한데, 23000명의 연구자가 85곳에 흩어져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하는 데 한계에 부딪히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대기업과 협업하기보다는 이곳의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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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최근 정년 60세 연장법을 통과시켰다. 한국의 정년연장이 앞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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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ㆍ고령화는 불가피하므로 정년 연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독일보다 한국에 더 필요한 문제다. 독일은 젊은 층 이민자가 많이 있지만, 한국은 이민자가 없기 때문이다. 독일은 67세도 부족해 70세 연장안이 이미 논의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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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설명> 그래핀 : 탄소를 얇게 펼친 소재로, 두께가 0.35(나노미터ㆍ10억분의 1)에 불과하지만 현존하는 물질 중 가장 얇으면서도 강도가 다이아몬드의 2배 이상일 정도로 강하며 잘 휘어지고 구리보다 전기가 100배 이상 잘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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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세계화 필요...
中企, 대기업 의존말고 해외공급 늘려야

-한국도 히든챔피언 같은 강한 기업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데, 조언한다면.

▶두 가지 면이 중요하다. 멘탈 글로벌라이제이션(정신의 세계화)과 창업을 하려는 기업가에 대한 정부 지원이다. 우선 기술은 한국에도 충분하다. 나는 며칠 전 현대차와 삼성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사장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현대차와 삼성에 납품할 정도면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들인데, 해외 거래처가 없었다. 삼성과 현대차만이 오직 고객인 셈이다.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제품 80~90%를 해외에 공급한다. 그게 다른 점이다. 국내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공급을 늘리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멘탈 글로벌라이제이션이다. 모든 방면의 해외 경험을 늘려야 하는데, 젊은 세대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 사회를 보다 넓은 세계에 노출시키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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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최근 실패 후 재기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정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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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제약이 따르는 요소 중 하나가 재정(금융) 문제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첫 창업에 실패한 대부분의 사람은 보통 다시 창업하려 하지 않고 고용인으로 만족하려 한다. 첫 번째 창업에 성공한 사람이 다시 새로운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도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 독일 기업인은 2003년 디지털 포토앨범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성공하자 이를 2007년 후지필름에 팔았다. 그는 2년 전 또 다른 기업을 설립했다. 이처럼 일단 성공하면 용기를 내고 그 경험을 가지고 두 번째 창업에 나선다. 성공이 또 하나의 성공을 낳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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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필요한 창조형 인재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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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의 해외 노출 기회를 최대한 늘려라. 세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MIT 조사에서 보듯이 어느 환경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학생뿐 아니라 대기업에 이미 들어간 사람들에게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대기업 안에서 해외 출장 다니고 업무를 보고 사람을 만나면 잠재력이 커진다. 그런데 조직 안에서 여러 제약조건에 눌려 있어서 창업을 못할 뿐이다. 이것을 끌어내는 것도 창업형 인재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하다. 20대 학생 창업도 좋지만 30대 창업가도 중요하다. 대기업의 경직된 구조에서 창의적인 야심을 갖고 있는 사람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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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is

독일 출신 경영학자로 전략ㆍ마케팅 분야 권위자다.

현재 경영 컨설팅 회사인 지몬ㆍ쿠허&파트너스 회장을 맡고 있다. 1995년까지 독일 마인츠대에서 교수로 지냈으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ㆍ스탠퍼드대ㆍMITㆍ인시아드ㆍ런던비즈니스스쿨ㆍ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민석기 기자 / 정의현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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